저는 디자인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,
디자이너 남편과 살다보니 이것저것 주워 들은 게 많아, 서당개 수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.
여담입니다만, 남편과 데이트할 때에는 '예쁜 것을 볼 줄 아는 남자'가 굉장히 매력적이었거든요.
같이 공감할 수 있는 게 많잖아요.
그런데, 막상 결혼 준비를 하다보니, 세상에.
포크 한 개를 제 마음대로 살 수가 없는 겁니다. 이유는 단 한 가지. 안 예쁘니까. 에요.
모자란 신혼 살림에 선풍기 하나 장만하려고 했더니,
백화점 4개에 할인점 3개를 돌고도 못 찾아, 그 더운 날 선풍기도 없이 한 달을 지냈습니다.
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.
기어이 마음에 드는 선풍기를 공수해 오긴 하더군요.
디자이너의 가치 기준은 단 한 가지입니다. '예쁘냐, 안 예쁘냐'.
그런 남편과 8년 째 살다보니 저도 옮아가는지, "그건 안 예쁘자나!!!"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. ^^;;
카페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다보니, 계속 그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.
스위치 하나를 고르려고 해도 저희 눈에 예쁜 게 잘 안 보이고,
전구도 역시 그렇구요, 손잡이도 그렇고, 전등도 그렇구요.
거의 저희가 제작하다시피 해서 원하는 것을 만들긴 했습니다만 어쩐지 아쉽더라구요.
참, 프랑스 파리에는 BHV라는 백화점 지하에 집 수리에 들어가는 모든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곳이 있습니다.
예쁘지만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은데, 너무 좋아서 하루 종일 있고도 모자라서 반나절 더 있었지요.
나중에 알고 보니, 인테리어 디자인의 선배들은 스위치, 손잡이 등등을 다 주문제작해서 쓰더라구요.
우리나라에도 많이 응용할 수 있는 베이직한 디자인의 스위치, 손잡이, 전등, 조명 등등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.
히드로 공항의 무심한듯 시크한 손잡이
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게 너무 이쁘지 않은가요?
자유로운 문 색상들입니다. 손잡이도 다 달라요. 풍요로운 하드웨어의 세계입니다.
저 손잡이는 너무 마음에 들어서 떼오고 싶었답니다. 흑.
전자벨이지만 아나로그식 초인종.
또 다른 초인종과 문 색상
주업은 휴대폰 디자인이지만, 전방위 디자이너로 살고 있는 제 남편입니다.